배럴당 141달러 고유가 시대, 나라가 몸살을 앓는다
배럴당 141달러 고유가 시대, 나라가 몸살을 앓는다
  • 관리자
  • 승인 2008.07.1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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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자전거 이용자 늘어 영업용차량도 수지가 맞지 않아

11일 국제 유가는 이란의 핵문제와 나이지리아의 무장세력이 활동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다시 배럴당 141달러(WTI기준)로 급등했다. 올 초만 해도 리터당 1600원 대였던 휘발유 값이 2000원을 넘어섰고 경유 값마저 휘발유 값을 추월할 정도가 되자 서민들의 생활풍속도가 변하고 있다. 몇 십 원이라도 아끼기 위해 직접 셀프 주유를 하거나 제휴카드와 할인 카드를 꼼꼼히 챙기고 수시로 주유소 가격 비교 사이트에 들러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LPG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어 이제는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해 LPG 차량을 선호한다는 것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가장 큰 변화중 하나는 대중교통 이용객이 급증한 것이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은 사무실 인근 역을 중심으로, 국철은 원거리 역 이용승객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버스 이용객수도 달라졌다. 지난해 1분기 동안 서울지역 하루 평균 이용객은 439만6000여 명이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431만 3000여 명이 이용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경기지역은 1분기 버스이용객이 280만여 명으로 51만여 명이나 증가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되도록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이용한다. 출근하는 사람들 중에도 자전거족이 늘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접이식 자전거를 이용한다. 회사로 가는 도중 전철을 이용할 경우 전철 안에서도 휴대가 간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유가는 특히 영업용 차량을 운전하는 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화물을 운송해도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에서 서울까지 5톤 화물 운임료가 20~22만 원 선이다. 그런데 이 20~22만 원의 돈을 받고 화물을 운행하기에는 살인적인 경유 값
상승으로 인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가 않는다. 현재 부산에서 서울까지 거리상의 표준 경유 값을 따져봤을 때 5톤 화물은 약 18만 원이 들기 때문이다.
어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어업용 면세유 값이 2006년 200L에 10만 원 하던 것이 이제 그 두 배인 20만 원이나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자신의 배를 소유하지 못한 어민들이 배를 빌려 타고 조업을 한다는 것은 더군다나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이다.
부산에서는 100여척의 연근해 어선이 조업을 포기하고 있으며 여수에서도 200여척의 어선이 출어를 포기 한 상태이다. 5300여척의 소형 어선 중 20% 가량이 최근 한 달 사이 조업을 중단한 상태이다.
고유가는 물가상승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달 5% 가까이 증가했다. 서민들의 먹거리의 가격 상승률은 6%를 넘고 있으며 서민들이 자주 먹는 자장면이나 김밥의 경우 이미 지난 3월 10% 이상 큰 폭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정부는 더 큰 골치를 앓고 있다. 고유가 충격으로 총체적 위기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난국을 딱히 수습할 만한 힘이 없어 보인다. 쇠고기 사태로 국정의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벼랑 끝 경제에 리더십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8대 국회는 임시개시일(5월30일)이후 한 달이 넘도록 개원하지 못하고 있다가 11일에서야 공식 개원했다. 민주당이 쇠고기사태를 이유로 등원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생법안의 처리는 커녕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에 촛불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돌출되어 나오는 변수들 때문에 촛불은 아직도 불씨를 살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 당연한 결과 인지도 모르겠지만 외국인직접투자(FDI)도 하강 곡면이 뚜렷하게 보인다. 올 2분기(4~6월) 우리나라로 들어온 외국인직접투자 증가율 3.5%로 급감했다. 지난 1분기 경우 FDI 증가율이 69%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하락세라고 할 수 있다.
고유가로 개인은 물론, 기업, 국가와 세계가 모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국운은 어느 한사람에게만 맡겨져 있지 않다.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우리끼리의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강건욱 기자 joyhymn@gbnnewss.com
2008/07/12/ Copyright ⓒ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