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향기 수목원 나들이_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반
물향기 수목원 나들이_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반
  • 관리자
  • 승인 2008.08.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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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코너>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반

오늘은 물향기 수목원에 가는 날. 부랴부랴 유부초밥을 싸고 김치를 조금 쌌다. 보물찾기에 필요한 선물을 챙기고 카메라도 담고. 빠뜨린 건 없나 살펴보다가 늦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교회로 출발했다. 8시 50분 교회 도착. 9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했으니까 아직 40분의 여유가 있다. 동행하지 못한다고 미리 음료수 한 박스를 보내신 선생님께 감사하며 음료수를 챙겼다.
부지런한 제이미, 로웬나, 아일린씨가 도착했다. 토쿠코씨는 아기가 아프고 게이꼬씨는 일본에 가서 오지 못했다. 아이들 챙기느라 힘들었을 텐데 시간 보다 일찍 와서 즐겁게 얘기를 주고 받는다.
시간에 맞춰 선생님들이 오시고 운전해 주실 집사님께서 맛있는 과자까지 풍성히 챙겨 오셨다. 전도인 권사님께선 과일즙을 챙겨 주셨다. 나를 포함해 선생님 넷, 운전하시는 집사님 내외 둘, 필리핀인 셋, 뱃속의 아이까지 아이들 넷, 총 열세 명이 수목원을 향했다. 때마침 장로님이 오셔서 출발 기도를 해 주셨다.
차를 타고 40분 정도 가니 오산의 ‘물향기 수목원’이 나왔다. 맑은 공기, 예쁜 꽃들, 초록빛 나무들이 우리를 반겨 줬다. 시골에서나 들을 수 있는 개구리 소리까지 동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딱 좋았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어서 유모차를 끌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선생님들과 아기 엄마들이 번갈아 가며 유모차를 밀고 다녀서 한결 수월해 졌다. 선생님들도 미는 커트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저기서 사진도 찍고 웃음도 나누고 오르락 내리락 유모차를 밀며 구경을 했다.
드디어 점심시간, 조금 싸간 내 도시락이 부끄러울 만큼 다른 분들의 도시락은 풍성했다. 김밥, 유부초밥, 샌드위치 등을 가득가득 싸 오셨다.
밥 먹는 동안 보물 쪽지가 숨겨졌고 식사 후 보물찾기가 시작 되었다. 어찌나 좋아하든지 선생님들의 가슴까지 따뜻해 졌다. 성령의 아홉까지 열매 글귀가 쓰여져 있었고 똑같은 글귀가 쓰여진 상품을 받아가는 것이다. 오는 길에 찻속에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 한 곡에 남은 상품 하나씩, 웃느라 배꼽이 빠질 뻔 했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반을 시작한 지 5년 째, 처음엔 참 어려운 점이 많았다.
영어권 사람들은 한국어와 영어로 된 교재를, 일어권 사람들은 한국어와 영어로 된 교재를 선택해서 가르쳤다. 자녀들과 함께 수업을 해야해서 아기를 돌봐 주는 선생님이 꼭 필요했다. 아기도 돌봐야지 수업도 해야지 참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기 돌봐 주시는 선생님 두 분, 노래와 반주를 담당하시는 선생님 두 분, 한국어를 가르치시는 선생님 한 분과 나, 이렇게 여럿이서 함께 하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현장 수업은 가까운 곳 이마트로 몇 번 나갔지만 밖으로 소풍을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이제부터는 봄, 가을 두 번씩 소풍을 나와야겠다.
그동안 수업과 점심 모두 대접만 받다가 오늘 선생님들께 대접할 기회를 가진 제이미, 아일린, 로웬나씨가 자신들이 싸온 정성어린 도시락으로 맘껏 사랑을 표현했다. 역시 사람은 사랑을 줄 때 더 행복하구나 생각했다.
다문화 가정이 보편화 되고 있는 지금, 낯선 외국땅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글과 친구와 맛있는 점심을 함께할 수 있게 해 주신 군포제일교회에 감사한다. 그곳에서 사랑을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하는 게 자랑스럽다.

오미선(성민 외국인한글반 지도교사)
2008/08/09/ Copyright ⓒ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