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막손의 기적 ‘박경근’ 화백 _INTERVIEW
조막손의 기적 ‘박경근’ 화백 _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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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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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하는 기업·복지하는 사람

INTERVIEW

한국만화가협회이사를 맡고 있으며 왕성한 작품 활동 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 강연도 나가고 있는 박경근 화백(58). 그를 만나게 된 행운은 사)성민원에서 주최한 ‘제18기 청소년복지학교’에서다. 그는 만화가로선 치명적이라 할 양손 장애인이다. 섬세한 펜 터치가 어떻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두 손은 손가락의 형태만 조금 남아 있는 상태이다.
박 화백이 생후 5개월쯤 때의 일이다. 어머니가 호롱불을 켜 놓고 이웃에 놀러 간 사이, 호롱불 등잔이 넘어지면서 이불에 옮겨 붙었다. 집 전체가 홀랑 불타 없어지는 큰 화재를 당했고 그도 두 손이 완전히 불길에 녹아버렸다. 지금도 손가락 형태만 조금 남아 있는 정도.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일상생활조차 힘들어 보이는 그 손으로 그는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는 만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웃음을 퍼뜨리고 있다.
어릴 때에 일어난 일이라 고통의 기억은 없지만 그의 손은 살아오는 동안 늘 그를 얽매이게 하는 것이었음이 분명할 텐데 그는 늘 웃는다.
“살아오는 동안 나의 불구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화도 내보고 짜증도 내 봤지요. 하지만 그건 오히려 저에게 도움이 되질 않았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 후부터는 그는 무엇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가 처음 만화를 접하고 만화를 자신의 인생으로 결정하기까지 그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성공은 노력의 산물임이 틀림없을 텐데 그에게도 어떠한 노력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처음엔 손으로 펜을 쥐기 힘들어서 끈으로 묶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그리고 그렸지요. 하지만 불편한 손에 펜을 고정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왼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로 난 구멍에 펜을 끼우고 기역 자로 꺾인 오른손 엄지에 힘을 주니까 서로 지탱하는 힘이 생기는 걸 발견했다. 그 후 6개월 동안 잠도 안자고 오로지 그림에만 매달린 끝에 만화를 완성한 그는 그 때 돈 5천원을 계약금으로 받고 계약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5급 공무원의 월급이 9천원이었으니 박 화백에게는 상당히 큰돈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손에 펜을 묶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지 3년 만에 그는 마침내 감격적인 첫 작품 <철인 육박전>을 출간하게 된다. 이후 <소년 한국일보>에 연재한 <파랑새>가 많은 사랑을 받았고, 경향신문에 연재한 <따따돈킹 하우스>와 goodday에 연재한 <바이러스>가 인기를 얻어 유명작가가 되기에 이르렀다.
박 화백의 노력과 끈기도 물론 높이 평가받아야 하지만 오늘의 성공에 대해 공을 돌려야 할 숨은 공로자는 따로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그의 아내 김효자씨이다. 박 화백의 그림자로서 그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하는 김씨는 가능한 한 화실에서 같이 시간을 보낸다. 남편에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는 그녀. 어쩌면 그녀가 박 화백의 힘의 원천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껏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하지 않았다는 그들. 아무리 금실이 좋다고 하지만 부부싸움을 한 번도 안했다니. 김씨는 서로 똑같으면 부부싸움이 되지만, 한쪽이 낮은 자세로 나가면 싸움이 안 되는 법이라고 지혜롭게 말한다. 그러면서 남편 박 화백이 항상 고압적이지 않고, 겸손하게 자신을 대해주기 때문에 자신 역시 그렇게 대한다고 한다. 박 화백은 아내의 말에 맞장구치듯이 이해와 배려가 있으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한다.
“먹을 것 하나라도 내입에 맞추지 않고 아내에게 맞추려 해요. 그리고 무엇이든지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죠. 그 속에 들어가면 그를 이해 할 수 있게 되요. 전 항상 저 아래쪽 낮은 곳에 있으려고 노력해요. 아내로부터 한 남자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인정받으려면 그렇게 하면 도저히 싸울 수가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남편 자랑 일색인 아내 김씨 말고도 박 화백의 화실엔 또 한명의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줄 곳 아버지를 도와주고 있는 딸 박송이씨. 아버지가 그림을 완성하면 컴퓨터로 컬러작업을 맡아 도와주고 있는 그녀는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은 듯 2002년 동아일보 만화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난과 장애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늘의 성공을 거둔 박경근 화백. 그는 자신의 인생을 담은 만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박경근 화백 약력
1973년 소년 한국일보 <풀피리>로 데뷔/ 1990년대에 각종 소년 잡지(아이큐점프, 만화왕국 등)에도 연재/ 1995년도 <충무로 스캔들> <미스 인디언> 등 단행본 출간/ 2001년 '경향신문'에 <따따돈킹> 연재./ 2002년,2003년 '굿데이'에 <바이러스> 연재./ 현재, 경향신문 뉴스메이커 및 월/주간 잡지 연재 중.한국만화가협회 이사.

김경순 기자 sarang@gbnnewss.com

2008/08/09/ Copyright ⓒ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