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후원, 따듯한 복지_기부문화
작은 후원, 따듯한 복지_기부문화
  • 관리자
  • 승인 2008.12.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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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부가 큰 기적을 이룬다

날씨가 쌀쌀해 질수록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이 생각나는 것이 12월을 살아가는 우리네 마음이 아닐까? 그렇듯이 이웃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구세군 자선냄비가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난 2일 서울시청 앞에서 올해의 첫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시종식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 그리고 자원봉사자와 일반 시민 500여 명이 함께 참석했다.
12월이면 이 나라에서 어김없이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버린 구세군의 자선냄비. 어쩌면 그것은 이웃돕기의, 기부문화의, 복지기관에 대한 후원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일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급속히 냉각되어져 가는 국내외 경제의 지표가 기부 현장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성민원에서 CMS를 담당하고 있는 조윤정(38)씨는 “경제가 어려워지자 CMS후원도 작년대비 10%정도 줄어들었습니다.”고 말하면서, “경제가 어려울수록 나눔의 미학은 그만큼 더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의 기부 현황은 미국이나 타 선진국에 비해 기업의 분포가 많습니다. 이것은 경제의 영향을 받는 면에서는 우리의 기부 문화의 취약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기부 문화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전환되어져 가야한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의식변화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기부 문화의 선진국은 미국이다. 인디애나대학의 기부센터 조사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미국 국민들은 GDP(국내총생산)의 1.8%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2610억 달러(250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금으로 낸 셈이다.
이 중 개인이 전체 기부금액의 83.6%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재단(11.6%)과 기업(4.8%)의 순이었다.
국민소득을 감안하더라도 미국 시민들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많은 기부를 하고 있다. 특히 자산 100만달러 이상을 가진 미국 부자들의 경우 98%가 기부나 모금 활동에 참여했다. 일반 가정(57%)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미국 부자들은 대부분 기부에 의무적으로 참여한다는 얘기다. 미국 기부 문화의 또 하나의 축은 거부들이 설립한 자선재단들이다.
”부자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의 철학이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기부는 아직 낯선 문화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07년 개인 기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총 모금액 2673억원 중 개인의 기부 비중은 15.8%에 불과했다. 기업(67.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나머지는 사회ㆍ종교단체(12.2%)와 공공기관(4.5%)이 차지했다.
올해 초 조선일보가 30~40대 전문가 그룹에게 2008년의 트렌드를 다섯 개의 문장으로 압축해줄 것을 의뢰했다. 전문가들이 선정한 문장 중 하나가 ‘우리는 멋진 부자를 보고 싶다’였다. 하지만 거리를 달리는 멋진 자동차만큼이나, 곳곳에 세워져 있는 아름다운 빌딩만큼이나 부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멋진 부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멋진 부자하면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외국 부자가 먼저 생각나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러나 사실은 작은 기부나 후원은 이런 부자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건 우리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멋진 부자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기부가 큰 기적을 이룰 수 있음을 기억하자.
2004년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의 경제서적상을 수상한 토마스 람게가 쓴 책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행복한 기부’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복지국가로서 실패하고 있는 독일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지금의 독일인에게 필요한 것은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하고 국민은 단지 가져가기만 하는 유모국가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주인으로서 책임지는 사회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국민 스스로가 주인으로 서는 새로운 방법은 다름 아닌 ‘기부’의 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다.
과거 지구촌 최빈국의 하나였던 한국은 이제 세계시민의 일원으로 수많은 개발도상국을 돕는 선진후원국이 되었다. 기부란 단어가 이제 우리사회에서 낯설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든 기부를 원하는 잠재적 기부자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 기부를 과학적이고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 방법들이 연구되고 제시되어지기를 바란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 멋진 부자들과 멋진 시민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강건욱 기자 joyhymn@gbnnewss.com

2008/12/13/ Copyright ⓒ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