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기획 3]
[청소년 기획 3]
  • 관리자
  • 승인 2012.05.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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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출입국관리소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 말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37만여 명이며, 다문화가정의 수는 20만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기준 초·중·고에 재학 중인 다문화학생(국제결혼·외국인가정자녀)은 총 38,678명으로 전체 재학생의 0.55%를 차지하고 현재 만 5세 이하 외국인주민 자녀가 모두 취학할 경우 2014년에는 1%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중에서도 20세 미만의 중도입국청소년(국적을 취득한자 포함)이 작년 12월 말 전체 6,652명이었으며 그 중 5,523명은 중국, 175명이 몽골, 127명이 베트남에서 왔으며 필리핀과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에서도 입국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도입국 청소년의 대부분은 한국에 대한 사전 준비 없이 방문 동거 및 여행비자 등 신분상으로 불안정한 상태로 입국하여 정확한 현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령인구는 감소했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다문화학생, 그 중에서도 중도입국한 다문화청소년. 그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청소년 분야의 기획 세 번째 주제로 <다문화 청소년>을 다루며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한국 사랑을 꿈꾸어본다.


다문화사회의 청소년,
다양성을 이해하고
차이에 대한 존중이 절실하다.



불안정한 상태로 입국한 그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 심어주어야


의사소통 장애와 정체성 혼란 속에서 겪는
아픔과 상처까지 보듬고 그들을 ‘이해’


지난 4월 21일, 다문화가정의 자녀와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부천새날학교(부천다문화센터 부속)를 찾아 이 학교 손바울 이사장과 한국어 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윤혜연 선생님 그리고 그곳에서 교육받고 있는 몇몇 청소년을 만나 이런 저런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부천새날학교는 16~21세까지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검정고시 및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예비학교 성격의 대안학교다. 손바울 이사장은 2004년 외국인근로자들의 쉼터를 운영하면서 그들의 한국살이에 가장 큰 벽은 언어소통과 문화 차이라는 것을 발견한 후 부천다문화센터와 부천새날학교를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을 본국에서 지내다가 낯선 타국에 들어온 아이들은 제도권 안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지도 못해 마치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과 같아요. 처음 들어와 몇 개월 동안 마음을 열지 않아서 심리미술치료를 했더니 모든 그림에 까맣게 덧칠한 아이,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아이 등등 충격적인 내용의 그림들을 보면서 그들 속에 있는 상처부터 치료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했다.

작년 3월에 입국하자마자 부천새날학교에 입학한 김해봉(중국, 15)군은 1년 만에 큰 어려움 없이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 수 있을 만큼 영특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할 생각도 없으며 일반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한국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어려워 일반학교에 가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 아르바이트하고 돈 벌어서 다시 중국으로 들어갈 생각 이에요.”라고 했다.
작년 서울시여성재단에서 발표한 ‘서울시 중도입국청소년 현황과 지원방안’에 따르면 중도입국청소년의 61.5%는 본국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19.2%는 혼합정체성을, 15.4%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다. 해봉군과의 대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서울시여성재단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일부를 제외하고 대개 자발적 의사에 의해 한국에 들어오지만 한국이주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으며 부모님과 같이 살기위해서 한국으로 들어온 아이들이 대부분이며(78.8%) , 그 밖에도 공부를 하기 위해(12.1%), 돈을 벌기 위해서(9.1%)이주하게 되었다고 했다. 문제는 부모와 같이 살거나 한국에 대한 동경만으로 사전 준비 없이 무작정 입국하여 초기적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코리안드림을 품고 입국한 청소년에게 ‘한국인’의 정체성 심어주어야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의 사람들과 국제 결혼한 가정의 대부분이 경제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어서 돈 때문에 한국에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요. 아이들도 돈맛을 알고 나면 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워요.”라고 손바울이사장은 말했다.

부천새날학교의 한 학생이 어느 날 학교를 나오지 않아 집으로 찾아가봤더니 밤새 PC방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지쳐서 자고 있었다고 한다. 부모들도 대부분 자녀교육에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한국에 무엇 때문에 올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는 것은 물론 부모들의 의식전환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그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도록 적극적인 도움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는 달리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초급교육을 마치고 새날학교로 오게 된 조민규(조선족, 16)군은 한국인 친구도 있고 의사소통에 크게 문제가 없었으며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 기술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 온지 2개월 된 이휘첸(중국, 19)도 전혀 한국말을 몰라 통역을 거쳐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지만 유아교육을 공부하여 한국에서 훌륭한 유치원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휘첸은 지난 24일 보육사시험을 위해 중국에 출국했다가 2개월후에 돌아올 예정이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도록
예비학교, 다문화코디네이터 운영 등 다양한 노력


지난 3월 교육과학기술부는 ‘다문화학생 교육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교과부의 발표내용에 따르면 다문화학생 중에서도 중도입국자녀가 정규학교에 배치되기 전 사전 적응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예비학교가 2011년 서울, 부산, 광주 3개교에서만 운영되었지만 올해는 전국 26개교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한국어 교육과정(*KSL)을 도입하기 위해 진단도구 및 교재개발을 올해 완료한 후 내년에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기초학력 책임지도를 강화할 뿐 아니라 다문화학생의 진로와 진학지도도 강화한다고 한다.
*KSL(Korean as a Second Language) :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


<표. 2012년도 시·도교육청별 다문화 예비학교 운영 계획>


부천새날학교의 한국어담당 자원봉사자 윤혜연(35)선생님은 “너와 나의 문화가 다른데 굳이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문화라고 구분 짓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고립시키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요.”라고 했다. 손 이사장도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잘 융합할 수 있는 ‘샐러드식 다문화 정책’이 세워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번 방안을 통해 다문화 친화적 학교 환경을 조성하고 다문화학생이 가지고 있는 적성과 재능을 계발하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인식 전환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문화사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차이에 대한 존중은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올해 새날학교에 다니던 아이가 고입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한국폴리텍대학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기도 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새터민자녀나 중도입국청소년이면 누구나 참여하고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지만 조건 때문에 정식학교로 인가받지 못한 NGO단체라 지역의 몇몇 교회의 후원으로만 운영되고 있어요. 앞으로 남·녀 기숙사가 생겨 먼 곳에 있는 아이들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오인옥 기자
2012/05/05 Copyrightⓒ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