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칼럼> 이 계절의 별미 문화여행
<문화예술칼럼> 이 계절의 별미 문화여행
  • 관리자
  • 승인 2005.11.2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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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이자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 소식이 들리고, 길가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더미 사이로 우수수 단풍잎비가 흩뿌려지고 있다. 어느새 또 한 해가 막바지에 이르러 저물어 가고 있음을 볼 때, 올 일년 동안 과연 무엇을 해놓았는지, 어떤 열매를 거두어 들였는지 새삼 뒤를 돌아보게 된다.

새해를 여는 ‘정월대보름축제’에 이어 흐드러진 봄날의 ‘군포시민대축제’, 무더위를 식혀주는 ‘한여름쿨페스티벌’, 청명한 가을날 펼쳐지는 ‘시민의 날 전야제’, 겨울의 낭만 ‘군포예인예술제’, ‘송년음악회‘ 등 대충 굵직한 것만 훑어도 이렇듯 숨가쁘게 한바퀴를 돌아 내 한 해의 달력은 마무리 되고 있다. 마치 시간을 초월해 사는 사람처럼 행사를 몇 개 치르다 보면 어느새 달려가는 세월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문화예술관련 업무를 주로 하다 보니 일 년의 달력이 행사위주로 흘러가게 된다. 지난 11개월간의 달력에 빼곡히 들어찬 각종 공연 및 행사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며 그것을 통해 군포시 문화예술의 한 해 동안의 지도를 그려보기도 한다.

오늘날 그 지역의 문화수준을 결정짓는 것이 단지 문화예술인들의 몫만은 아니다. 먼저는 문화예술인들 자신의 창조적인 예술행위가 있어야 하겠고 거기에 힘을 더하는 것이 시민들의 호응이다. 문화제공자와 수요자사이에 유기적인 관계로써 행복한 만남이 이루어진다면 그로부터 아름다운 문화의 꽃이 피어나고 그 지역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 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군포시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연중 다양한 공연현장에서 마주치는 관객들의 얼굴은 늘 기쁘고 만족스런 표정이다. 공연의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인 참여자로서 때로는 뜨거운 호응으로, 때로는 따스한 격려의 시선으로 각 순서를 리드해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살아있는 문화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다만 군포에서 일어나는 문화현상이 다소 음악회 위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작은 우려를 표명해 본다. 시민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란 장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편중되어 갈 수밖에 없는 부분을 이해하지만, 앞으로라도 균형있는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해 미흡한 분야에 관한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공공미술품의 설치라든가 공공시설에 있어서 디자인의 측면을 심도있게 반영함으로써 예술적이고 세련된 도시이미지를 창조해 내며, 보는 이들에게 시각적인 즐거움과 미적 감각을 일깨워 주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예산을 비롯하여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 아닌가 싶다. 문화도시로 가는 길은 다양한 각도에서 이루어져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신생도시에 속하는 군포시로서는 선결해야 할 민생의 현안문제들이 산적한 상태에서 여유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하나의 머릿돌을 놓음으로써 차츰 건물이 형태를 갖추어 가듯, 이제부터라도 좀 더 확산된 시각으로 문화예술정책을 바라보고 시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더불어 마음조차 여유롭지 못한 요즘이다. 그러나 조금만 눈 돌리면 가까운 주변에서도 피곤한 마음을 풀어 놓고 쉴 수 있는 재미있는 문화예술행사들이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거의 무료공연이면서도 내용을 열어 보면 중앙무대의 여느 유료공연 못지않게 우수한 내용과 출연진들로 가득하다. 운 좋으면 커피까지 공짜로 마실 수 있는 만만찮은 즐거움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바람에 쓸려 거리를 흘러가는 낙엽의 물결 속에서 공연히 마음 한 켠 쓸쓸해지거든 지금이라도 당장 인터넷을 검색해볼 것을 권한다. 군포의 어느 곳에선가 음악회이든, 전시회이든, 혹은 즐거운 연극 한 편이든, 초겨울의 정취 속에 푹 잠길 수 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테니까. 두툼한 겨울옷 걸치고 낙엽 수북한 가로수거리를 걸어 보는 맛도 이 계절에만 느껴볼 수 있는 별미가 아닐까.

글_최남희(군포예총사무국장 / 군포문인협회 사무국장 역임 / 기전문화예술 고정기고 / 현, 군포예총 사무국장 / 시인)


(2005.11.29. 경기복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