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식사 제공할 수 있어 다행”··· 빈민들을 위한 ‘프란치스코의 집’
"코로나에도 식사 제공할 수 있어 다행”··· 빈민들을 위한 ‘프란치스코의 집’
  • 서한결 기자
  • 승인 2020.03.0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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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배식에서 ‘도시락’으로 형식만 변경··· 하루 400인분 제공
밥퍼 등 다른 대부분 빈민 급식소, 운영 잠정 중단 상태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도시락을 배부하고 있다. (사진=서한결 기자)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차례대로 도시락을 배부하고 있다. (사진=서한결 기자)

‘프란치스코의 집’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빈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형식만 기존 배식에서 도시락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236년 역사상 처음 천주교회 16개 교구가 지난달 27일부터 전국 성당의 모든 미사를 중단했다. 전국천사무료급식소, 밥퍼나눔운동본부 등 대부분의 빈민 급식소 역시 취약계층의 감염을 우려해 운영을 멈췄다.

그러나 천주교 작은형제회에서 운영하는 빈민 급식소 ‘프란치스코의 집’은 여전히 노숙인 등 취약계층을 위해 밥을 짓고 있다.

식사를 제공하는 방식은 2일부터 기존 배식에서 일회용 도시락으로 변경됐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머물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다. ‘프란치스코의 집’ 입구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당분간 도시락으로 식사를 대체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프란치스코의 집에서 일회용 도시락을 사용한 것은 1988년 개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성인 프란치스코 정신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임하는 청빈한 생활’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해왔지만, 운영을 중단하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이었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봉사자들이 도시락 용기에 밥을 담고 있다. 뒤 쪽에는 포장된 도시락이 비닐에 담겨있으며 바깥으로 대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서한결 기자)
봉사자들이 마스크를 낀 채 도시락 용기에 밥을 담고 있다. 뒤쪽에는 포장된 도시락이 비닐에 담겨있고 바깥으로 줄 서서 대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사진=서한결 기자)

프란치스코의 집은 하루 400개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밥과 4가지 반찬이 각각 다른 용기에 담기고 2개의 용기는 다시 500ml 물병과 함께 하나의 비닐에 넣어진다. 배식하기 전 중복되지 않도록 대기자들에게 순서표를 나눠주고, 오전 11시 45분부터 오후 1시까지 순서대로 한명 씩 도시락을 배부한다.

도시락을 받아 식사하는 노숙인 A씨는 “서울 시내 (빈민) 급식소가 (대부분) 운영을 하지 않아 멀리까지 올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도 운영하는 데가 있어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반면 대기 줄 가장 뒤에 서 있던 10여 명은 400개의 도시락이 모두 소진돼 빈손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부시설장을 맡고있는 김수희 라우렌시오 수사는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비용과 일손이 더 필요하고 쓰레기도 많이 생기지만,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렇게라도 식사를 제공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전했다.

하루 4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받는 가격은 ‘200원’

도시락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서한결 기자)
도시락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 서서 대기하고 있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서한결 기자)

작은형제회 한국교구에서 운영하는 ‘프란치스코의 집’은 1988년부터 노숙인, 빈민 등 취약계층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목욕 시설과 쉼터를 개방해 이용하도록 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운영 초기에는 오전, 오후 두 끼를 제공했지만 2000년도 이후에는 하루 점심 한 끼만 제공하고 있다.

프란치스코의 집은 기업체나 정부의 지원을 없이 교구의 예산과 개인 후원을 통해 운영되며 일손은 천주교회, 작은형제회 등을 통해 자원한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하루 300~4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받는 가격은 ‘200원’이다. 시설 관계자는 식사하는 빈민, 노숙자 등 취약계층의 자긍심과 자립심을 지켜주기 위해 200원의 밥값을 받는다고 전했다.

김 수사는 “서울시에서 중단을 권고하지 않는 한, 코로나로 인해 취약계층이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운영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며, “당분간 도시락으로 (대체)하다가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배식으로 제공할 예정이다”고 말했다.